브롬톤 타고 간 섬진강 자전거여행

25 Mar

드디어 섬진강을 자전거로 다녀왔다.
몇년을 바라던 섬진강 자전거 여행이다.

꽃 보러 갔는데 아직 꽃은 피지 않았다.

올해(2018년) 매화축제와 구례산수유축제는 3월 17일 부터다.

일주일 일찍가면 덜 복잡한 상황에서 꽃도 피었으리라 생각했는데, 완전한 오산이었다.

 

교통편과 구간

교통편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어디서 어디까지 탈지가 중요하다.

난 꼭 꽃핀 섬진강을 보고 싶었기에, 매화마을이 있는 하동 부근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었고, 하동을 기준으로 하루에 탈만한 거리를 계산해서 교통편을 잡았다.

섬진강 자전거 길이 끝나는 광양에서 성남까진 고속버스로 4시간 30분이나 걸린다.

광명역까지 가는 직행버스는 작년인가 운행이 중단되었고, 수서역에 가서 SRT를 타고 구례구역까지 가서 광양까지 자전거를 타고 내려간 다음 광양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오는 방법이 있었다.

거리는 약 65km 인데 구례구역에 9시 40분에 내려서 광양에서 6시 버스를 타고 오려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남고, 올라오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하동에서 순천가는 경전선 무궁화호가 있다는 걸 찾아냈고, 광명 ~ 구례구역 (기차이동), 구례구역 ~ 하동역 (자전거이동), 하동역 ~ 순천역 (기차이동), 순천역 ~ 광명역(기차이동) 으로 교통편을 확정했다.

차를 가지고 가서 광명역 주차장에 세워놓고, 다시 광명역에 도착해서 차를 가지고 집에 오면 되는 거였고, 광명역 주차장은 수서역 주차장보다 훨씬 저렴하여 하루 9,000원에 주차가 가능했다.

약 45km로 짧은 듯 했는데, 쌍계사까지 올라갔다 오는 업힐코스를 추가하니 나름 적당한 코스가 만들어졌다.

 

 

 

광명에서 구례

광명역에서 구례구역까지 바로 가는 KTX가 있다.
하지만 익산에서 환승하는 편을 구매했더니 15%가 할인된다.
주차비는 나온다 싶었고, 익산역이지만 잠시 머무르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환승을 택했다.
환승 대기시간은 약 30분 정도였고, 같은 승강장에서 서 있으면 구례구역가는 기차가 온다.

익산역 앞에 ‘엘베강’ 이라는 유명한 맥주집이 있는데 네이버 지도에 있는 위치로 이전했다고 한다.
기존 위치만 보고 찾아가면 The Hope 라는 맥주집이 나오는데, 그 집은 유명한 ‘엘베강’은 아니라고,
잘 아는 동네주민 남편분이 알려주셨다.

기차를 갈아타고 구례구역으로 갔다.
좌석은 브롬톤 잘 보관할 수 있는 15A로 예약했다. 역방향이긴 하지만 괜찮다.

 

구례에서 쌍계사

구례구역에서 내려서 자전거 탈 준비를 한다.
브롬톤을 펴고, 고글도 꺼내서 쓰고, 선크림도 바르고, 화장실도 다녀왔다.
섬진강 자전거길이 가깝다고만 듣고, 열심히 공부를 안해서 그랬는지 20분은 헤맨거 같다.
구례로 들어가면 안되고 강 안건너고 구례구역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된다.
나는 구례로 들어가는 바람에 좀 돌았다.
넘어진김에 쉬어간다고, 구례로 들어가는 구례교를 건너서 길 잘못든김에 나들목식당이라는 무난해 보이는 식당 가서 아침을 먹었다. 라이더들이 많이 오시는지 자전거 거치 시설도 있고 그랬다. 물론 나는 브롬톤이니까 접어서 식당으로 들고 들어갔고, 섬진강 뷰가 기막힌 그 아무도 없는 식당의 창가 자리에서 혼자 추메탕을 먹었다. 한 상 그득하게 먹고 칠천원. 훌륭한 가성비다.

밥잘 먹고 출발.
오전 기온이 좀 쌀쌀하긴 했지만 남도의 봄을 느낄 수 있는 풍경들이 계속 되었다.
벌써 날파리 들이 좀 있었고, 산 사이로 강을 보다가 강 너머 산을 보다가 그렇게 슬슬 자전거를 탔다.

한시간 반쯤 타고 내려가다 보면 아비앙또라는 커피 파는 작은 트럭이 나온다.
안 그래도 아침에 커피 한잔 못한 터라 머리 속으로 계속 커피 커피 생각이 가득 했는데, 갓길 꽤 넓은 주차장에 마침 커피 파는 트럭이 있다.
원두커피나 잘해봐야 아메리카노 생각했는데, 무려 카푸치노가 가능했다. 좀 진하게 먹는 스타일이라 샷 더 넣어달라는 말은 못하고 우유 조금 적게 넣고 해주시라고 사장님께 부탁드렸더니, 무슨 뜻인지 알고 맛난 카푸치노를 한잔 만들어 주신다. 거품도 좋았고, 에스프레소 맛도 좋았고. 섬진강 보면서 따뜻한 햇볕과 약간 차가운 바람과 함께 한잔 마셨다.
와서 찾아보니 아비앙또는 프랑스어로 다시만나요 라는 뜻이다. 섬진강 가면 꼭 다시 가야겠다.

갓길 – 쌍계사

쌍계사 10리 벚꽃길 이야기는 예전 부터 많이 들었었다.
벚꽃 필때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꽃이 필때면 사람이 많을테니 왠만해선 꽃필때 가기는 쉽지 않다.
이른 아침에 가는 방법이다. 그 사람 많은 프라하의 카를교도 이른 아침에는 사람 하나 없었다. 그래서 정말 벚꽃필 때 새벽에 한번 가볼까 싶다.

잠시 섬진강에서 벗어나 그 쌍계사 10리 벚꽃길을 따라 쌍계사까지 자전거로 오른다.
거리는 5킬로미터 남짓.
쌍계사 근처에 있다는 단야식당이 목적지.
단야식당은 섬진강 자전거 여행 블로그와 카페글 검색하다 우연히 알게 된 곳인데 사찰국수가 유명하다고 했다.
시간도 좀 남겠다, 쌍계사 벚꽃길도 볼겸, 국수도 먹을겸 해서 이쪽으로 일정을 잡았다.

벚꽃은 전혀 피지 않았지만, 벚나무의 크기나 가지들이 만든 터널으로 봐도, 꽃 필때는 정말 장관이겠다 싶었다.
초입은 녹차집이 많았고, 익스테리어 잘한 커피 집들도 꽤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구나 했다.
오르막은 그리 힘들지 않다. 스트라바로 대충 가늠해 보니 남산의 70% 정도 경사 쯤 될 것 같았는데 남산을 안가봐서 모르겠다.
길이 좁은 구간들이 있다. 차가 별로 없어서 차도로 타고 오르고 내리기 괜찮았지만, 차가 많으면 정체의 주범이 될지도.

단야식당 음식은 깔끔하고 좋았다. 사찰음식 느낌인데 물대신 내어주시는 차도 좋고, 찬도 정갈하고, 국수도 맛있었다.
2인분부터 된다고 하니, 배를 비우고 가든가, 꼭 2명이상 가야 국수 맛볼 수 있다.
사장님이 특별히 곱배기 만들어주셔서 2인분 안시키고도 맛볼 수 있었는데, 국수를 조금 삶으면 맛이 안나서 어쩔수 없이 2인분 부터 주문 가능하다는 설명을 해 주셨다.

 

쌍계사에서 하동

올라가는 건 어렵지만 한방에 훅가는게 인생이듯, 자전거도 그러하다.
힘들게 올라간 길을 눈 깜짝할새 내려와서 하동으로 다시 섬진강 따라 내려간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제 눈 앞에 매화밭이 펼쳐지리라 생각했었다.

섬진강 자전거길은 한강 자전거 같은 고속도로가 아니다.
강 따라 가다가, 국도인지 지방도인지 도로 갓길도 타다가, 갑자기 과수원 사이로 난 길로도 갔다가 그런 길이 계속 된다.

수달 생태공원 잠시 들러서 진짜 수달도 봤다. 자전거길이랑 붙어있는데, 수달은 길고 얼굴 작고 잘 생겼더라.
이쯤이면 매화가 있어야 하는 곳을 지나가는데 매화는 없고, 매화 축제장까지 들어왔는데, 축제 타겟으로 만들어진 임시 비닐 천막에, 노래자랑에, 축제가 다음주인데도 축제 분위기는 물씬 났지만, 하지만 매화는 없었다.

아무래도 다음에 한번 더 와야하는 운명인가 보다하고 하동으로 들어간다.
하동은 재첩이 유명하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재첩국 한그릇 먹었을텐데, 바람도 많이 불고, 하동역 찾으려면 시간도 걸릴 것 같아 이것도 다음으로 미뤘다.

하동만 하더라도 어느덧 섬진강의 하류다.
섬진강 자전거길 마지막 인증센터인 배알도 수변공원까지 이십키로도 채 남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강 폭도 넓어지고, 뭔가 내 맘속에 있는 섬진강 같은 그런 섬진강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섬진강 자전거길을 벗어나서 하동역을 향해 달린다.

 

하동에서 순천

하동역은 경전선 역 중 하나이다.
정말 허허벌판에 현대식 역이 하나 서있다.
하동역에서 물이라도 하나 사먹을 생각이었는데, 편의점도 자판기도 하나 없었다.
그냥 거기서 50분을 기다려 예약해둔 순천행 무궁화호 열차에 올랐다.
이 열차는 광양을 지나 순천으로 간다.

무궁화호 열차는 KTX나 SRT와는 달리 정감이 있다.
사람도 많이 없고, 천천히 쉴 역 쉬어가며 그렇게 달린다.

순천에서 광명

순천역은 생각보다 상당히 컸다.
시간 여유가 있었으면 순천만 가서 낙조를 보고 기차를 탔겠으나, 그 여유는 안되어 이번에는 포기하고, 다음에 순천-여수를 묶어서 다시 한번 내려올거다.
광명가는 기차시간까지 한시간 여유가 있었다.
순천역옆 이마트 물품보관함에 브롬톤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봐서, 이마트가서 브롬톤 넣어두고 근처 꼬막정식 같은거 먹을 계획이었지만, 물품보관함에 브롬톤은 들어가지 않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싯포스트를 빼서 넣는 것 같은데, 여튼 실패해서 다시 역으로 와서 햄버거 하나 먹고 광명가는 기차에 올랐다.
KTX로는 순천역에서 내가 오늘 라이딩 시작한 구례구역까지 눈깜짝할 새 도착하더라.

마치며…

꽃은 못봤지만, 섬진강 자전거길의 반 정도 탔지만, 브롬톤이 있었길래 이런 당일치기 여행도 가능했다.
섬진강은 다시 꼭 와볼거고, 그땐 꽃을 보든, 단풍을 보든 또 뭔가 다른 걸 보게 되겠지.
섬진강 타고 내려가면서 기대만큼 “우와”를 남발할 일은 없어서 뭔가 밍숭한 느낌이었지만, 은은하게 뭔가 마음에 남는게 있다.
메밀국수 집의 면수같은 그런 느낌. 참으로 섬진강은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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